'강간을 파는 여성 노동자들'

 

이미지 출처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홈페이지

 

 

사건의발단

환경이나 채식 관련 이벤트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자주 자칭 '페미니스트'를 만나게 된다. 사회적 정의나, 인권, 평등에 대한 높은 감수성과 민감성이 있어서 그런지 대체로 의견이 동일하게 모아진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동지애가 생겨나며 친밀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다 최근에 봤던 뉴스가 떠올라 자연스레 '파주 성매매 집결지 CCTV 설치 반대'사건을 이야기 하게 됐다. 몇몇 분들은 실제로 설치반대 집회도 나가고 집결지에 나가서 밤새며 자리를 지키는 활동을 한다고도 했다. 나는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 시대 역행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밝혔다가 논쟁은 시작됐다. 이후 속해있는 여러 채팅방에서 이 질문을 던졌고 모든 채팅방은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미지출처 : Ritual images of the union of Inanna and Dumuzi, from Sumer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언제부터 성매매가 시작됐는지 알 순 없지만, 흔히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고 불리며 고대 문명에서부터 존재해 왔다고 본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슈타르를 모신 사원에서 '신성한' 성매매가 행해졌고 나디투(Naditu)라고 알려진 여성들이 이 사원에서 봉사하며 의식적인 성행위를 했다고한다. 고대 그리스에선 헤타이라이라는 지식과 가무를 겸비한 여성들이 존재했고 고대 로마에서는 합법적이고 광범위 했다. 고대 인도, 수메리아 등 문명과 함께 했다고 알려지며 이 여성들은 종교 의식의 일환으로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맞물려 존재했다고 한다. (History of Prostitution by Human Rights Watch)

이미지출처 : Ascom city. nandupressfocus.blogspot.com/p/the-preface-2007

 

성매매 집결지의 공식화는 일제강점기의 '공창제'로부터 시작됐다. 제국주의 세력은 일제 군사력의 사기를 증진하기 위해 이를 도입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캠프타운(기지촌)'이 국가 주도로 형성됐다. 이 지역은 흔히 양공주로 불리며 외국 군인에게 성 접대를 한 여성들이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가부장제 국가, 자본, 군사주의의 협력은 대한민국의 거대한 성 산업을 유지·발전·변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2004년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알선 행위자는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매매를 광고하는 행위 역시 강력하게 처벌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집결지, 소위 집창촌은 줄어들어 실제로는 10% 남짓 남아 있지만 이 수요는 조건 만남, 오피스텔, 어플리케이션 등으로 옮겨가거나 변종 성매매라고 불리는 키스방 등과 같은 형태로, 더 음지로 숨어들었다.

집결지가 사라지고 있는 배경에는 법적인 단속과 성매매 특별법 처벌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실제로는 집창촌이 위치한 지역에서의 재개발이란 이유도 있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된 성매매 산업 내에서 성매매 집결지의 노후화된 건물은 세련된 도시에 비해 낙후된 것으로 간주되어 재개발과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아래 쉽게 치워버려야 할 불온건한 시설 자체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지출처 : Prostitution in Korea Documentary ❘ Open Secrets

 

논쟁의 시작

성 착취를 인신매매와 분리하여 하나의 노동 영역으로 취급하는 관점이 서구에서 힘을 얻어가면서, 네덜란드는 1999년에, 독일은 2002년에 성매매를 합법화했으며 뉴질랜드는 2003년에 성매매를 비범죄화했다. 반면,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등은 성 착취자와 알선자를 처벌하고 성착취 피해 여성은 비범죄화하는 노르딕 모델을 채택했다. 이 두 모델은 전 세계에서 성매매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성매매 합법화 또는 비범죄화 주장은 2000년대 이후 계속 제기되어 왔으며, 학계와 진보운동 사회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는 2016년 국제앰네스티가 상업화된 성 착취의 완전 비범죄화를 주장하면서 이러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엠네스티가 합의한 성 노동을 비범죄화하는 정책을 채택한 것은 성노동자들이 성매매를 하더라도 법을 어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단체는 성 노동자들이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많은 성 노동자들이 성 노동 과정 중에서 폭력, 강간, 협박, 착취 등을 당하지만, 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신고하는 순간 오히려 피의자로 조사받게 되기 때문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현실에 집중했다. 이들은 비범죄화를 통해 성노동자들이 범죄자가 아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정책으로 성노동자들이 완전하고 평등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보장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 정책은 세계보건기구, 유엔에이즈계획, 유엔여성기구 등의 기관과 협력하여 만들어졌으며,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착취와 폭력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됐다. 

 

 

이미지출처 : 넷플릭스 캡쳐

 

최근 넷플릭스에서 신동엽과 성시경이 출연한 '성+인물'이란 프로그램에서 네덜란드 성매매 합법화와 그 영향을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2000년, 10월 1일 형법상 성매매 금지령(The ban on brothels of 1911)을 폐지함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하여 이를 규제하고, 성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법적 제도를 마련했다.

1980년대 '성 노동' 운동 및 합법화가 유럽에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페미니스트 학자인 재니스 레이먼드의 저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1982년 헤이그에서 한 여성 단체가 토론회를 열어 성 착취 업소에 대한 금지를 해제하고 성매매를 합법화하여 관리하면 성매매 여성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네덜란드의 평등정책부(DCE)에서 본격적으로 공론화 하기 시작했다.

성매매 합법화는 성 노동자들의 인권과 안전을 도모하며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강제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줄이며, 범죄 조직의 개입을 억제한다는 목적을 이뤘다. 또 성매매 업소는 정부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아야 하고, 성 노동자들은 정부의 규제를 받으며 건강검진과 안전한 작업 환경을 보장 받았다.

독일은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하면서 성 노동자들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도입했다. 성매매 업소는 규제를 받으며, 성 노동자들은 건강보험과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성매매 업소는 정기적으로 경찰과 위생 당국의 검사를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뉴질랜드는 2003년에 성매매를 비범죄화했다. 이 정책은 성 노동자들이 범죄자로 취급받지 않도록 하여, 법적 보호와 사회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성 노동자들은 노동 조건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며, 성 노동을 규제하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했다.

이미지출처 : open democracy 홈페이지

 

 

북유럽모델(Nordic Model)

북유럽 모델, 또는 스웨덴 모델은 성매매에 대한 접근법으로, 성을 구매하는 행위를 범죄화하고 성을 판매하는 행위는 비범죄화하는 정책이다. 이 모델은 성 노동자를 처벌하지 않고 성 구매자와 알선자(포주)를 처벌함으로써 성매매를 억제하고 성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다.

북유럽 모델은 1999년 스웨덴에서 처음 도입됐다. 스웨덴은 성매매를 성 착취의 일환으로 보고, 성 노동자들이 성매매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펴나간다. 이는 성매매를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성 구매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통해 수요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북유럽 모델은 성매매를 억제하고 성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지만 일부에서는 성 노동자들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성 구매자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하려고 은밀한 장소에서 거래를 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성노동자들이 음지에서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스웨덴 외에도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프랑스 등이 채택했으며 각국은 성매매 억제와 성 노동자 보호를 위해 다양한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에서 성매매를 합법화하게 되어 생긴 긍정적인 부분은 음성적인 곳에서 돌아가던 산업이 양성적으로 드러나면서 자연스레 통계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세금도 걷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경우 2022년 16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약 73억 유로(한화 약 10조 8천억)가량의 시장이 형성됐다. 정부는 이렇게 수치화된 경제 규모를 통해 세금을 걷고 이를 공공 서비스나 사회 복지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었다.

성 노동자들은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안정적이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됐으며,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게 됐다. 네덜란드와 뉴질랜드에서는 성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의료 서비스와 같은 복지 혜택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지출처 : <First Global Report on Sex Worker Rights Defenders at Risk>보고서 FRONT LINE DEFENDERS 재단 홈페이지

 

 

성 노동 할 권리

파주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우리의 대화는 CCTV 설치 찬반에서 성 노동을 직업으로 볼 것인가 아니냐로 옮겨갔다. 성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권리가 그들에게도 있고 사회가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는 낙인과 혐오를 하지 말아야 하며 처벌하지 않는 사법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한다. 

자유주의는 개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 육체와 정신의 주권자로서, 생명, 노동, 사유재산과 같은 개인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독립성을 가진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주의 페미니즘은 성매매를 다른 상품의 거래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 성매매에 대한 법에 따른 제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개인이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가 있고 스스로 원한다면 성을 자유롭게 사고팔 권리가 있다고 설명하며 성을 파는 것은 노동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성착취 여성은 주체적 행위자가 된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이 갈라진다. 성매매 여성은 성적 착취의 피해자이며 대상화된다는 의견과 여성 스스로가 성적인 개척자이자 저항가이며 사회적 금기보다 행위 주체성을 우선시하여 성매매 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 그렇기 때문에 파주에서 저항하는 이들은 노동자로서 자기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시위하고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일터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미지출처 : BBC NEWS Korea 유튜브

 

 

이 글을 준비하고 자료를 모아가는 과정 중, BBC에서 제작한 버닝썬 관련 영상이 공개되어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다. 여러 범죄혐의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으나 더 와닿았던 사실은 클럽에서 여성들이 남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클럽 내부에서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일도 일어났다.

성 착취는 피해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의 문제로 여겨야 한다. 상업적 성 착취는 남성이 여성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을 결정하며, 여성 전반의 성생활과 건강을 침해하고, 마지막으로 '당해도 싼' 여성 집단을 만들어 모든 여성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

남성들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상품화하는 대중 매체와 다양한 성인물에 노출되면서 여성의 신체를 물화시키는 데서 성적 흥분을 느끼도록 사회화된다. 여성의 신체를 본떠 만든 인형인 리얼돌을 이용해 자위를 하는 남자들이 생기는 것은 이러한 여성 대상화의 결과이며 성 착취 업소에서 금전적으로 성을 구매해 능욕하고 그 위에 군림하는 경험을 한 남성이 여성을 존중하는 시선으로 보기 어렵다.

이미지출처 : Unsplash Morgane Escobar

 

성매매 무엇이 문제인가?

여성단체들은 성매매를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 구조적 문제로 본다. 성매매는 가부장제와 성차별적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로, 여성들이 경제적, 사회적 약자로서 착취당하는 상황을 반영한다는 주장이다. 성매매는 여성의 빈곤, 사회적 소외,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임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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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를 비범죄화하면 더 많은 빈곤 국가의 여성들이 매춘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매매를 통해 경제적 생계를 유지하려는 여성들이 증가하게 되어, 결국 더 많은 여성이 착취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물리적인 폭력을 당한 것은 아니지만 자본으로 인한 성 폭력적인 경험, 자신의 성을 자원으로 일은 했으나 노동이라고 해석되지 않고 이 과정속에서 침해당했지만 피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폭력과 노동의 선을 정확히 긋기 어려우며 자유로운 개인이 선택했다는 말 속에 덮여 공적으로 발언하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뉴질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업소에서 일한 여성의 38%가 '손님을 받고 싶지 않을 때도 받아야 할 것 처럼 느껴진다'고 대답했다. 상업화된 성 착취는 취약한 상태에 있는 여성들에게 돈을 내고 그들의 성적 경계를 침범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그 영향은 모든 여성에게 끼친다. 상업화된 성 착취는 강간을 당해도 괜찮다고 전제되는 여성 집단을 만들어 남자 지배 체제가 전체 여성을 비하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된다. 이런 곳에 출입하는 남성이 여성 동료, 여성 상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지 의문을 가진다. (Prostitution Law Review Committee, The Impact of the Prostitution Re-form Act on the Health and Safety Practices of Sex Workers, 2017)

성 착취 업소는 그 곳이 집결지든 유흥주점이든 마사지업소든 공통의 목적으로 고안된 곳이다. 여자의 몸을 대상화, 사물화 함으로써 남성의 지배욕을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그들이 사정까지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여자의 몸이 남성에게 이용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된 공간은 당연히 여성혐오적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야기 해야 할 것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면서 스스로 이 주제에 대한 답을 내리기 더 어려워졌다. 누군가는 불법으로 촬영되어 유포된 영상을 지우기 위해 어려움을 겪고 또 누구는 자발적으로 영상을 촬영해 판매한다. 개인 방송 카메라 앞에서 노출로 수익을 버는 사람들과 AV페스티벌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성 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도 하지만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반대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나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경제적, 사회적 기회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상황인 불평등한 구조를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는 여성들이 성매매로 뛰어들지 않게 해야 한다.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기술 교육, 취업 지원,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성매매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미지출처 : George Grantham Bain Collection/Library of Congress, Washington, D.C.

성매매를 성폭력으로만 보는 시각은 성매매 여성들의 복잡한 상황과 이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이들의 인권 보호와 복지 향상을 위해 이 여성들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다른 생계 수단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 성매매 알선의 50% 이상이 유흥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이다. 정부는 과거 외화벌이를 위해 매춘관광을 장려했고 외국 관광객을 접대하는 여성을 위한 등록증을 발급하여 등록증을 가진 접객 여성만 호텔에 출입시키기도 했다. 기지촌을 만들고 접대 여성들에게 애국하는 것이라고 교육하는 등 역사적으로 국가가 양성한 사업이다. 

법에서도 '유흥접객원'은 부녀자만 -식품위행법 시행령 제22조. 유흥종사자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접객원을 말한다- 여성만 일할 수 있게 정의되어 있고 유흥주점에 부여한 합법성은 폭력을 접대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했다. 재화를 지불해 여성을 '초이스'하고 성적인 착취까지 할 수 있는 곳은 철저히 남성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리고 재력을 과시하고 불법적인 사건이 이뤄지는 곳이 '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의 노동력이 착취된다. 이러한 폭력과 여성을 상품화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한국의 유흥문화와 경제구조가 안타깝다. 

이 문제를 파고 들어갈수록 노동, 빈곤, 경제, 국가와 제도, 젠더-섹슈얼리티 여러 권력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서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버닝썬 사건의 가해자들은 여성에 대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매매와 여성노동, 여성빈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경제적으로 내몰린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사회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할 것이다.